책 읽기

밝은 밤 (최은영 장편소설)

복숭아빛 시간 2024. 6. 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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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의 미소'를 읽고 최은영 작가님의 팬이 되어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장편소설인 '밝은 밤'을 또 읽었어요.ㅋ

전 사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소쿄의 미소'보다
살짝 덜 재밌었어요.;;;ㅋ
근데 '밝은 밤'은 장편이라 그런지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ㅎㅎ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반전이 많은 스토리는 아니지만
긴 서사를 통해 조용하지만 끝까지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어요.^^

"역시 최은영 작가님!! 이야~~ "

하며 또 반해서 읽었죠. ㅎㅎ

최은영 작가님의 어느 인터뷰에서,

책 제목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밝은 밤'의 '밤'은 어두운 시대의 삶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고,
'밝은'은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시선 때문이라고 해요.

아~~~ 맞아^^!!
힘든 시기를 건너온 그 누구에게도
희망, 우정, 사랑 이런 것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겠지...
하면서 또 제목을 음미한 소설이에요^^ ㅎㅎ


(책 속 문구)

p.64

증조모는 아이 같은 얼굴을 오래 보고 있기가 어려웠다. 증조모의 마음이 새비 아주머니에게로 기울어서, 그곳으로 기쁨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모두 흘러 할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기운 마음으로 뒤뚱거리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p.99

내가 새비 아주머니의 입장이었더라도, 나는 남편을 위해 그만큼 울었을 것이고 남편을 다시 만나서도 그만큼 행복했을 것이다. 전 남편이 저버린 것은 그런 내 사랑이었다. 내가 읽은 것은 기만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그가 읽은 건 그런 사랑이었다. 누가 더 많은 것을 잃었는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경쟁에서 나는 패자가 아니었다.

p.158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세계가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은 나의 유한함을 위로했다. 우주에 비하자면 나는 풀잎에 맺히는 물방울이나 입도 없이 살다 죽는 작은 벌레와 같았다. 언제나 무겁게만 느껴지던 내 존재가 그런 생각 안에서 가벼워지던 느낌을 나는 기억했다. 무리를 이루는 듯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도 철저히 혼자이며,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어 있던 물질들이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느껴왔던 슬픔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p.258

새비 아주머니는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안 갔어. 기냥 충분하다고, 충분하다고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 난 삼천이 너레 아깝다 아쉽다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를 바라디 않아.


읽는 중간중간 소설 '파친코'가 생각났어요.

첫째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배경이 겹쳐서고

둘째는 고단한 현실 앞에서도

꿋꿋이 삶을 꾸려나가는

그들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에요.

​상상만으로도 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

일제시대....ㅜ

 

근데 정말 최은영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인간을 깊게 이해할 수 있지?

84년생이던데, 어떻게 인간의 상처와 슬픔을

저렇게 잘 알고 있지??'

매번 이런 생각을....

그래서 작가가 되셨겠죠.... ㅎ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긴 서사를 담고 있는데도

흐트러짐이 없어요.

그 스토리 안에 나의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나 등등

많은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우리는 삶에서 많은 걸 선택 할 수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상황속에서

제한적인 선택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뿐이죠.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ㅋ

한번 읽어보세요^^

믿고 읽는 최은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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