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산문집)

복숭아빛 시간 2024. 11. 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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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책...은 ?

재미있는 이야기?

자기 개발 또는 자아 성찰 ??

딱히 궁금하지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는데, ㅋ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졌어요. ㅋ

책은..

나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도

날 부자로 만들어 주지도

날 엄청 똑똑하게 만들어 주지도 않지만... ㅋ

매일매일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도 알려주는...

나에게 지도였던 거예요 ^^

 

읽어 보고 싶었던, 안희연 작가님의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을 읽었어요.

스스로 질문과 답을 찾으면서요, ㅋ

(책 속 문구)

p.33

목이 말랐던 건지 하루가 말랐던 건지. 그럴 대 맥주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맥주는 맥주로서 맥주의 일을 한다. 맥주의 쓸모에 대해서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쓸모, 쓸모는 내게 무척 중요한 단어다. 용도, 기능, 소용 등 유의어는 여럿이지만 쓸모는 그중에서도 가장 품이 넒은 단어 같다. (중략) 세상 만물에는 저마다의 쓸모가 있고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 쓸모의 쓸모다.

p.108

몸을 따라오지 못하는 마음을 채근하며 출발선은 매일같이 생겨난다. 잠시 멈춰 생각을 할라치면 탕! 공포단이 발사된다. 너만 여기 있어. 너만 제자리라니까? 빠르게 앞서나간 사람들이 일으킨 흙먼지가. 시간과 감정의 더께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나의 옷은 더럽다. 씻고 싶고 빨고 싶다.

p.160

시는 먹을 것을 제공해 즉각적으로 배고픔을 달래줄 수 없고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에도 쓸모없지만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줄 수 있다. 당신 지금 아프군요. 당신은 상실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요.

p.174

나무는 심(는)다고 하지 묻(는)다고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생각해 보니 심는 행위와 묻는 행위는 거울 속 나와 거울 밖 나만큼이나 멀다. 밤에는 묻고 낮에는 심는다. 도망치려면 묻어야 하고 책임지려면 심어야 한다. 묻는 것은 등 뒤에 있고 심는 것은 눈앞에 있다. 같은 하늘 아래

p.196

우리는 분명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고. 이제 다시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아등바등 뒤뚱거리며 살겠지만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초록이 가장 무성하고 환한 시간, 우리의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삶은 계속 이어졌다. 멈춘 적도 다시 시작된 적도 없다는 듯이.


귤을 먹으며, 귤의 율락을 보며

귤과 함께한 기억을 시작으로

귤을 통해 귤 너머를 보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었어요.

어떤 사물을 그 이상, 그 너머의 시간과 마음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삶의 시간이 얼마나 촘촘할까??

상상해 보면서요. ㅋ

매번 넘어지는 나만의 돌부리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는....

헉.... 그날은 얼마나 발밑을 관찰하며

걸었는지 몰라요. ㅋㅋ

"밤을 재운다"

"이렇게 아픈 얼굴을 쉽게 가져도 되나"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너무 시적이지 않나요??

작가님이 시인이라서 그런지,

모든 표현이 너무 시적이에요~~~

이렇듯 잔잔한 이야기 속에

나의 시간도 반추해 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왠지 겨울이랑 더 어울리는 책~^^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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