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 구경

복숭아빛 시간 2024. 8. 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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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들었던 이번 여름방학에
절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연암 박지원"이에요.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라 부르는 영조 정조시대에
대표적인 두 작가는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적양용'이죠.
전 그중 '허생전' '호질' '열녀전' 등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 작가인
'연암 박지원'을 정말 좋아해요^^
그분의 문장과 이야기와 사상과 철학까지
모두 다요~~ ㅎㅎ

그중 이번 여름방학에는
'열하일기'를 열심히 읽었어요.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허기졌던 이번 방학 때
'열하일기'를 읽으면 왠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거든요~
'현실도피' 가 되었던 것일까요??ㅋㅋㅋ

조선시대라는 지금과는 꽤 먼 시대적 배경과

청나라를 여행하는 긴 여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그에 따른

그의 생각과 철학까지~~

모든 것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죠. ㅎㅎ

근데 열하일기는 한문으로 쓰인 소설이라

번역(?)에 따라 난이도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당시 역사적 & 사회적 배경까지

이해하고 있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고전 평론가들에 의해서

재 편집한 책을 읽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그중,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 된

"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 구경"을 읽고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공유해요^^


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 구경 (이강엽)

 

(책 속 문구)

p. 20

"그런 말이 아니네. 이 강은 바로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란 말일세. 나라 사이의 경계라는 게 언덕 아니면 물이기 마련이지. 세상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윤리나 만물의 법칙이란 것도 물가 언덕 같지. 그러니 도는 다른 데서 구할 게 아니야. 그 물의 가장자리에 있으니까 (도강록)

(중략)

예전에는 문지방에 앉지 말라는 금기가 있었어. 문지방은 문의 안과 밖의 경계를 말해. 그러니까 문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이지. 이쪽에도 속하지 않고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조심하도록 했지. 재미있는 것은 문지방은 문이 안과 밖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어느 쪽에도 다 속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대상에 대해서는 늘 조심하고 함부로 해서는 안 돼.

p. 59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는 어두컴컴하고 막혀 있다가 갑자기 넓은 곳으로 나와 손발을 쭉 펴 보며 속이 후련할 테니 어떻게 진짜 소리를 한번 크게 질러서 감정을 깨끗이 씻어 내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저 갓난아기를 본받아 소리를 거짓과 꾸밈이 없다면, 그때는 금강산 비로봉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면서도 한바탕 울 만한 곳일 것이라네. (도강록)

p. 144

타산지석이라는 말을 알지? 글자 그대로 풀면 '남의 산의 돌'이라는 뜻이지. (중략) 남들에게 있는 것을 가져다 제 것을 좋게 다듬는 데 쓸 수 있다면 그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야. 상대에게는 별로 귀한 게 아니더라도 그것을 통해 내 것의 가치를 높일 만한 걸 찾아낸다면 그만한 이익이 없을 거야. 남의 가진 낯선 것들로 자기 것을 다시 보고, 또 가다듬을 수 있지. (중략) 박지원도 그랬지.

p.178

소리와 빛깔은 마음 바깥에 있는 것이다. 마음 바깥의 것은 눈과 귀에 늘 매여 있어서 사람들이 보고 듣는 데 있어서 올바름을 잃게 한다. 더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 험하고 위태롭기가 물에서보다 더 심할 테니 보고 듣는 것이 항시 병이 될 것이다. 내가 사는 산골로 돌아가게 되면 문 앞 계곡물소리를 들어 보아 맞는지 시험해 보련다. 또, 이를 가지고 처세에 능하여 제 총명함을 믿는 자들을 경계하려 한다. (일야구도하기)

(중략)

배 위에 올라 무서움을 잊으려면 눈과 귀에 매이지 않아야 된단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그것을 잘하기 위해 어떤 것을 익히고 있니?"

p,182

아! 저 까마귀를 보자. 검기로야 사실 그 날개보다 더한 게 없다. 그러나 언뜻 보면 엷은 노란빛이 감돌다가는 다시 보면 또 연한 녹색으로도 보인다. 햇빛이 비치면 자줏빛으로 번뜩거리다가 눈이 지그시 감기면 비췻빛으로도 변한다. 그렇다면 '푸른 까마귀'라 해도 좋고 '붉은 까마귀'라고 해도 좋다. 이처럼 사물에는 일정한 빛깔이 없지만 먼저 스스로 눈으로 속단해 버리는 것이다. 또 눈으로 속단하는 거야 그나마 낫지만 보지도 않고는 마음속으로 속단해 보리기도 한다. (능양시집)

p.192

여기서부터는 사실상 장대를 본 풍경과는 무관하다시피 해. 고전의 글쓰기 방법 가운데 '우언(禹言)'이라는 게 있어. 우'라는 글자는 깃든다는 뜻이야. 어떤 내용에 다른 뜻을 깃들어 살게 하는 거지.

 


실제 작가님의 아들인지도 몰라도,

"현기야~"로 시작하는
편지 느낌이 나는 다정한 책이에요.

열하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생각들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고요~~ㅎ

참~~ 고전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과
문제들을 안고 산다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 위로받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해요....

이 책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만화 삽화가
있는데, 쉬어가는 코너처럼 재미있어요.ㅎㅎㅎ

 

중간중간에 짧은 메모를 넣어,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을 상기시켜주기도 하고요.

 

배우고 익힌 것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데...

저도 10월에 아이들과 가는 대만 여행을

열하일기의 버전으로

아주 성실하게 열심히 관찰하는 마음으로

기록해 볼까 하고 있어요. ㅋㅋㅋ

이제 아이들의 여름방학과 무더위가 끝이 보여요.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시원한 가을을

기다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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