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신간 코너를 둘러보았는데
'울면서 그린 그림'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울면서 그린 그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겨 보는데,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만큼만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나다운 그림만 그릴 수 있다"
라는 문구에 덜컹 마음이 내려앉아
빌려서 읽게 된 책이에요.
울면서 그린 그림 (반지수)

p.11
5년 전에 그린 그림을 지금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면 잘되지 않는다. 10년 뒤에나 나올법한 성숙함을 미리 당겨 쓰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만큼만 그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나다운 그림만 그릴 수 있다. 내 이야기를 쓸 때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미숙해도 지금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p.50
가끔 모든 것이 포화된 상태에 지쳐버릴 것 같을 때가 있다. 경험도 물건도 더 크고 많이 가지는 것이 '당연히' 선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면 숨이 막힌다. 그런 가치를 따라가고 싶은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p.91
간결하면서도 모든 걸 담고 있는 구도와 디자인 그리고 적은 색으로 화려함을 표현하는 단호함에 경악하듯 이끌렸다. 일본 그림에서 가장 끌리는 부분은 섬세한 선과 과감한 색의 조화다. (중략)
우키 오에는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회화적으로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p.95
주로 검은색 실선을 깔끔하게 잘 쓰거나 색감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그림에 끄리는 것 같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추상화보단 구상화가 좋다. (중략)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그림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림을 보는 일과 사랑하는 일은 왜 이토록 지겨워지지 않을까. (중략)
한 명의 미술 애호가로서 늘 새로운 그림을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깜짝 놀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세계 이곳저곳의 화가들을 찾고 또 찾는다.
p.135
만물을 알고 만물을 그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뭐든지 다 만드는 예술가, 내 그림의 창조주가 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보단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일이고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세상의 모양을 점점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높아진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p.178
'어렵다'는 사실 '익숙하지 않다'의 다른 표현이래요. 시간을 들여 계속하면 익숙해지고 덜 어려워질 거예요. 그림도 마찬가지이니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을 지나가고 계신 겁니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p.235
때로는 그런 싫증이 새로운 무언가를 강렬하게 원하는 힘으로 작동하여 창작의 원천이 되어주기도 한다. (중략)
생각해 보면 나도 변덕의 에너지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중략)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 덕에 끊임없이 욕구가 생겨 일도 다양하게 하고 그림도 조금씩 발전시켜왔던 것 같다. (중략)
이런 나에게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좋은 그림을 많이, 평생, 즐겁게 그리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한번 좋아하기로 결심한
화가의 그림을 계속 보는 일, 수십수백 번을 보고 또 봐도 좋다.
세상은 넓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하는데,
요새는 나랑 정말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을
종종 보게 돼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어서 겠죠?ㅎㅎ

단순 제목에 마음이 가서 읽게 된 책인데,
알고 보니 작가님이
책 표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하신 분이더라고요.


읽는 내내,
격한 공감과 부러움 그리고 반성을
하면서 쭉쭉 읽어 내려갔어요~
유키오예를 좋아하는 부분이며 ㅋㅋ
그리고 거기서 느끼는 약간의
역사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혼란까지..ㅋㅋ
변덕이 심해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부분까지 정말 공감할 부분 천지였지요. ㅋㅋ
나도 언젠간~~~ 이라며
희망을 가지며
성실하고 부지런히 내 꿈을 꾸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ㅋㅋ
그렇다고 막 불안하고고 초초하게 만들지 않는
선까지의 독려하고 해야 할까요?ㅋㅋ
이 책의 마지막 챕터가
'대체로 행복해'인데,
저는 여기서 또 격하게 공감하며
저의 오늘도 해피엔딩이 되었어요. ㅋㅋㅋㅋ

저처럼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책이에요^^ㅎㅎ
제목은 '울면서 그린 그림'인데,
'꿈꾸며 그린 그림'이 맞을 것 같은 ^^ ㅎㅎ
취향이 비슷한 좋은 친구와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에요^^
읽어보세요!! ㅎㅎ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 (에디 우) (0) | 2026.04.07 |
|---|---|
| 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에세이) (5) | 2025.07.14 |
| 단어의 집 (안희연 산문집) (0) | 2025.01.13 |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산문집) (37) | 2024.11.26 |
| 현자들의 죽음 (feat.죽는 법을 배우라, 그러면 사는 법을 알게 되리라!) (9)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