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장편소설)

복숭아빛 시간 2023. 10.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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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님의 충성스러운 팬으로서

신간이 나오면 꼭 읽어요. ㅋㅋ

게다가 첫 장편 소설이라니~~~

엄청 기대하며 시작한 책이에요^^

채도가 높은 핑크빛 표지가 너무 예쁘고~

가녀장스러운 저 늠름함에 반하고~~

얼굴이 이슬아 님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ㅎㅎ

사실 소설의 첫 도입부는

"어? 소설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슬아 님의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어서인지

소재와 주인공도 중복되는 느낌...;;;;

앞표지의 멋진 핑크빛처럼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어서 인지. ㅋㅋ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충성스러운 팬으로 한 장 한 장

끝까지 다 읽었어요.^^ ㅋㅋ

 

사실 책 중간엔,

'짧은 기간에 많은 글을 쓴 작가님의

소재 고갈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이했지만,,, 결국 또 마지막에

책장을 덮으며

"역시~~ 이슬아 님이야~!"

ㅋㅋㅋㅋㅋ

전 이렇게 또 이슬아 님의 다음 신간을

읽게 되겠죠? ㅎㅎㅎㅎ

 

 


책 속 구절

p. 55

명강사 이슬아의 지론에 따르면 글쓰기에 관해 천재가 아닌 아이는 없었다. 동시에 계속해서 천재인 아이 역시 없었다. 꾸준히 쓰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반복하지 않으면 재능도 빛을 잃을 뿐. 즐기면서 계속 쓰라! 그는 아이들에게 탁월함과 성실함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주입식으로 교육하며 수많은 십 대 작가를 배출하기에 이른다.

p.109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p.142

복희는 다시 태평하게 부엌일을 하러 간다. 호르몬보다 더한 무엇이 복희의 전신에 흐르는 듯하다. 그런 힘을 지니고도 그는 어쩐지 가모장 같은 것을 꿈꾸지 않는다. 가부장이든 가녀장이든 아무나 잘했으면 좋겠다. 월급만 잘 챙겨준다면 가장이 집안에서 어떤 잘난 척을 하든 상관없다.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안다.

p.297

밤이 깊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알지 못하는 채로 그들은 종교의 근처를 배회한다.

 

p.300

모두가 자기 삶을 책으로 쓰는 건 아니다. 작가들은 겪은 일을 총동원하여 글의 재료를 모으고 때로는 겪지 않은 것까지 끌어다 써가며 자신보다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품위도 있다.

 

 

p.307

"아름다움은 중요한 가치야. 나는 아름다운 것이 좋아. 그치만...."

아이가 슬아를 본다.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우리가 직접 정할 수 있어. 저는 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명하게 될 거야."

슬아와 아이는 글을 마저 읽는다.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슬아가 아직 탐구 중인 그 일을 미래의 아이는 좀 더 수월히 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전 정말 이슬아 님의 글과 생각이 좋아요.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내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내 인생이 관찰자가 되어 보기도 해요.ㅎ

언젠가...

이슬아 님께 글쓰기 수업을 받고 싶다는 소망도.ㅋㅋ

엄청 비싸겠죠?ㅎㅎ

 

요새 날씨가 너~~~무 좋아요.

"나 가을이잖아~~~"라며

맘껏 뽐내는 날씨. ㅋㅋ

책 속 복희님처럼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를 만끽하는 가을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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